춘천 맛의 대표주자는 갈비!


사진/ 간장국물에 4~5일 재어 숯불에 굽는 봉운장 갈비.


춘천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맛고장으로 그 명성이 높다. 신선한 지역특성이 담긴 실속있는 별미들이 다양하게 뿌리내려 있다. 특히 춘천막국수와 춘천닭갈비는 전국 어디를 가나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이름나 있다. 춘천 닭갈비는 최근 일본에까지 크게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춘천의 토박이 미식가들에게 춘천의 별미집을 추천하라고 하면 대부분 두말없이 봉운장갈비(033-254-3203)를 든다. 춘천의 막국숫집으로 내력이 가장 깊다는 집이나 닭갈비골목의 원조집들도 봉운장갈비보다는 10∼20년씩 뒤늦게 문을 열었고 고객층 또한 이곳을 따를 수 없다.

도청 앞에서 보통걸음으로 5분 남짓한 거리인 소양로에 자리잡은 봉운장갈비는 1954년 문을 열어 한번도 자리를 옮기거나 음식맛을 바꿔본 적이 없다. 한우양념갈비 한 가지를 전문으로 하며 2년 뒤면 개업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인 창업주 김봉운(80)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엮어내는 양념갈비와 갈비탕, 그리고 후식으로 내는 평양냉면까지 반세기 동안 한 솜씨로 이끌어온 맛비결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경지다. 80고령이지만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갈비 선별과 다듬어서 간장에 재우는 과정까지 하나하나를 손수 확인해 틀림이 없는 갈비맛을 내주는 할머니의 손맛이 남다르고, 어느 음식이든 후한 인심을 가득 담아내 고객이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게 한다는 것 또한 자랑이다.


사진/ 5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이끌어온 팔순의 김봉운 할머니.


갈비는 물론 강원도 내에서 나는 순수한 한우갈비이고, 지하층에 마련된 숙성고에 날짜별로 가득 재어놓은 갈비는 할머니가 직접 손으로 만져 알맞게 숙성된 것부터 차례로 골라 낸다. 숙성과정이 5∼6일이나 걸리지만 신선한 육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에 녹듯 부드러운 맛이 기막히다. 고객의 80∼90%가 서울과 먼 곳에서 수십년씩 단골로 찾아오는 미식가들이고, 춘천의 골프장을 찾는 정·재계 인사들과 서울 강남의 유명한 갈빗집 사장들까지도 봉운장갈비만한 곳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1인분 2대를 기준으로 간이 푹 밴 맛이지만 고향인 평안도 음식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짜지 않고 양념이 알맞다. 참숯불에 석쇠를 놓고 구워낸 갈비는 고유의 육향과 함께 뼈에 붙은 힘살까지 말끔히 벗겨내 제맛을 만끽할 수 있다. 가격은 수입 생갈빗집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2인분 2대를 기준해 2만8천원, 후식으로 내는 냉면이 1그릇 4천원으로 1인당 3만원을 호가한다. 그 밖에 갈비를 다듬고 남은 갈비마구리뼈와 갈비토막을 충분히 넣고 끓인 갈비탕도 한 그릇에 6천원으로 점심에 늦게 가면 못 먹고 돌아설 만큼 인기있다.

다소 부담은 가지만 초겨울 강바람을 쐬며 달리는 상쾌한 나들이코스와 진미를 맛볼 수 있는 한우갈비라면 그런 대로 여한이 없지 않을까.

나도 주방장|갈비탕

탕 중의 으뜸, 갈비탕의 진수



봉운장갈비의 갈비탕맛은 실로 갈비탕의 진수라 할 만하다. 맑고 투명한 국물과 입에 녹듯이 부드러운 살점이 넉넉히 붙은 갈비와 마구리뼈는 부위에 따라 구수한 맛이 입 안 가득히 스며든다.

갈비를 다듬고 남은 갈비마구리뼈와 갈비를 넉넉히 넣고 푹 삶아낸 진국물은 기름 한 방울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맑으면서 시원하고 담백하게 입맛을 당긴다. 한 차례 삶아낸 상태에서 기름층을 한번 더 다듬어내는 갈비와 마구리뼈도 살이 자연스럽게 벗겨질 정도로 푹 물러 노약자들도 아무 불편없이 뼈에 붙은 살을 말끔하게 발라먹을 수 있다.

큼직한 그릇에 가득 담아낸 탕국에 금방 송송 썰어 상큼한 향이 물씬 풍기는 파를 얹어내는데, 국물과 함께 향긋하게 씹히는 파내음 역시 인상적이다. 이 맛을 즐기기 위해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는 고객이 줄줄이 이어진다. 비록 갈비탕 한 그릇이지만 제맛을 내주기만 하면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뼈 중 가장 감칠맛을 내주는 것으로 갈비뼈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고기맛 또한 뼈에 붙은 살만큼 맛있는 것이 없다. 제대로 끓인 갈비탕이야말로 탕 중에 으뜸이라는 주인할머니의 자부심을 수긍하고도 남을 만하다.



한겨레21, 2001년11월28일 제386호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www.OB-gr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