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식당외 갈비탕·설렁탕은 대부분 중국산 통조림”
  • 중국산 먹거리 4조원 시대
    <上> 식당가 점령한 ‘메이드 인 차이나’
    김밥·백반집 식재료는 中농산물이 기본
    “품질 좋아지면 가정식탁까지 위협할 듯”
  •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신혜원 인턴기자(단국대 언론홍보학과 3년)
    김용태 인턴기자(오리건주립대 경영학과 4년)
    입력 : 2007.08.15 01:45 / 수정 : 2007.08.15 03:02
  • 중국산 먹거리 수입 4조원 시대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국산 농·수·축산물 수입액은 2007년 상반기만 22억1479만달러(약 2조원)에 육박, 연말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32억 달러(약 3조원)에서 또 늘어난 것이다. 이들 식품은 대학생, 직장인을 상대로 한 식당가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 실태〈상〉와 중국 산지(産地) 르포〈중〉, 중국산 식품에 대한 세대별 인식〈하〉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40대 여주인이 운영하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한 김밥집. 본지 인턴기자가 어머니와 함께 이 집을 찾았다. “김밥 집을 하려는데, 쌀은 국내산 싼 거 쓰면 되나요?” 주인이 피식 웃는다. “망하고 싶으면…. 보통 반반씩 섞지.” “중국 찐쌀요?” “요즘은 압력밥솥이 잘 나와서 찐쌀 섞어도 냄새가 안 나. 거기다 참기름으로 양념하는데 뭘. 농협 쌀로 쓴다고 인증서 붙여놓은 식당들도 찐쌀 섞는 데 많아요.” 서울 신촌동 백반집. 1인분에 3500원인 백반엔 밥, 된장찌개, 김치, 조기구이, 두부조림, 계란말이, 오징어 젓갈이 올라 있다. 이 중 순국산 반찬은 없다. 주인 왈, “단가 맞추려면 중국산 쓰는 게 당연하지. 손님들도 알면서 먹는 거 아닌가?”

    ◆동네 김밥 집부터 프랜차이즈까지 중국산 천지

    요즘 인천세관에는 하루 3000개의 컨테이너가 들어오고, 이 중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여전히 가정에서는 ‘신토불이’ 재료가 선호되지만, ‘밖에서 먹는 음식’일 경우엔 다르다.

    신촌, 이대 앞, 대학로, 신림동 등 20여 군데 백반 집과 김밥 집에서는 대부분 중국산 재료를 쓰는 게 확인됐다.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큰 차이는 없다. 지난해까지 영등포에서 ○○순두부 체인을 했던 정모(52)씨는 “본사로부터 매일 제공받는 재료 중 두부는 미국산, 다진 양념은 중국 고춧가루로 만든 것, 해물은 거의 100%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대부분 조미료 맛으로 커버할 수 있어 중국산을 쓰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식자재 도매상에서 중국산 설렁탕·소꼬리곰탕 등 통조림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 도매상 주인은“대부분 뷔페식당이나 웨딩업체에서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 ◆김치, 고추장, 갈비탕 이어 보신탕?

    중국산 공세는 이제 가공식품으로 옮아가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수입식품팀 백종민 사무관은 “중국산 수입식품의 50% 이상이 가공식품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관절차가 덜 까다롭고, 관세도 낮기 때문. 간장·된장·고추장 등 전통 장류 수입이 급증했고, 커피·라면·아이스크림·뼈 부산물이 새로운 리스트에 올랐다. 간장은 지난해 상반기 10만9091㎏에서 올 상반기 31만714㎏으로 3배, 고추장은 21만8605㎏에서 45만4578㎏으로 2배 증가했다.

    지난 6일 서울 가락시장. 도·소매 전문업체들이 모여 있는 구역엔 갈비탕, 소꼬리곰탕 통조림이 가득 쌓여 있다. 3㎏에 1만~1만3000원 선. 갈비탕 10그릇을 만드는 분량으로 중국 칭다오(靑島) 등지에서 1차 가공된 상태로 국내에 들어와 2차 가공된 제품이다. 두 달 전 ‘불량 갈비탕 통조림 파문’으로 판매량이 줄었지만 “곧 회복될 것”이라는 게 업자들 얘기다. 통조림 도매업자 이모(60)씨는 “예식장, 일반식당 등 갈비탕이나 설렁탕 전문식당이 아닌 곳의 99%는 이 통조림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갈비탕은 지난해에만 5000만 그릇(1만5000t) 분량이 수입됐다. 중국산 김치(지난해 수입액 8800만 달러)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가락동 식자재 납품업자 김모씨는 “중국에서 들여온 생김치가 유통기한이 지나 쉬면 ‘묵은지’로 파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산 생김치는 10kg당 9000~1만원, 국산으로 둔갑한 묵은지는 10kg당 7000~8000원 선에 거래된다. 도토리묵이나 떡볶이 떡, 빙수용 떡도 80~90%가 중국산.

    간혹 중국산 식용 개가 ‘동반동물’ 자격으로 수입되는 경우도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보신탕으로 쓰일 게 뻔한 도사견을 항공편을 통해 들여오는데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동반동물은 상대국 동물병원에서 광견병 예방접종을 했다는 등의 ‘동물검역증’만 있으면 접종 30일 후 1인당 4마리까지 들여올 수 있다.

    ◆가락시장까지 침투, 대형마트 진출도 시간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산 먹거리의 가짜 파동이 지속적으로 터지고는 있지만, 최근 1~2년 새 중국 농산물의 품질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게 더 무서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식 루트를 통해 수입되는 대파, 양파, 마늘, 브로콜리 등은 품질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다. 2년 전 가락동에 진출한 중국산 당근은 가락시장 물량의 50%를 넘어섰다. 이광형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가락시장 같은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까지 중국 농산물이 침투하고 있다는 건 국산 농산물 유통체계가 무너지는 신호”라면서 “칠레 농산물처럼 중국 농산물이 일반 가정 식탁과 직결되는 대형마트까지 진출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가격이 싼데 품질까지 좋다는 확신이 퍼지면 막을 도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 중국산 통조림과 팩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는 병이 든 소를 도살하여 더러운 창고에 보관하다가 통조림과 팩으로 만들어 낸다. 일반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받으면 빨리 요리를 하기 위해 이를 데워서 손님에게 내간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내의 한 식자재를 판매하는 가게에서 중국에서 수입된 고기와 국내산 고기로 섞어 만든 페스트 푸드를 고르던 주인은 "대부분 부페식당이나 웨딩 업체에서 주문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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