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 동해안 도루묵, 값도 맛도 귀물 … 그 이름 억울하네 [중앙일보]

2009.11.07 01:24 입력 / 2009.11.07 02: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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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 도루묵’. 노력한 보람도 없이 헛되게 된 일을 뜻한다. 도루묵이 이런 의미로 쓰인 것은 이름에 얽힌 이야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알려진 대로 왕이 피난 길에 ‘목어’를 먹은 후 맛이 너무 좋아 ‘은어’로 부르라 명(命)했다가 궁궐에 돌아와 먹어보니 예전의 맛이 아니어서 ‘도로 목어라고 해라’고 했다는 도루묵. 조선 정조 때 이의봉(李義鳳)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釋林)』에는 고려 왕이라 했지만, 조선 선조 또는 인조가 그랬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도루묵은 맛이 없거나 흔한 생선이 아니다. 농어목 도루묵과로 길이 25㎝ 안팎의 도루묵은 등쪽에 흑갈색 물결무늬가 있고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이다. 강릉원주대 정인학 교수(해양생명공학부)는 “도루묵은 흰 살 생선으로서는 기름이 많고 수놈은 정소에 세포를 재생시키는 핵산이 많아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동해안에서 잡히는 도루묵은 1970년대 초 강원도 내 어획량이 2만5000t에 달했으나 2003년에는 10분의 1도 안 되는 1900t으로 줄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2006년부터 잡는 양과 그물 사용량을 제한하고 17개소 456㏊를 산란장 보호수면으로 지정하는 등 자원회복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 덕분에 어획량이 조금씩 늘어 지난해는 2700t을 기록했다. 올해도 잘 잡히는 편이다. 고성군 거진읍을 비롯해 속초시·강릉시·동해시 등 삼척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포구에서 도루묵이 나온다. 값은 20마리에 1만원 내외다.

대표적인 도루묵 요리는 찌개와 구이. 찌개는 무나 감자, 또는 두 가지 모두 깔고 도루묵을 넣어 갖은 양념으로 끓인다. 구이는 굵은 소금을 치거나 양념장을 발라 굽는 것 두 가지다. 비리지 않고 담백한 것이 특징. 동해안 일부 식당에서는 끝물 무렵 도루묵 식해를 내놓기도 하며, 산란하는 암놈을 쫓아온 수놈을 잡아 회를 썰기도 한다. 도루묵은 산란이 가까워지면 알이 딱딱해진다. 지역에 따라 11월 말부터 산란을 한다. 딱딱한 알이 싫다면 요즘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