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국가들 웃지 못할 ‘방귀세’
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 줄이기 ‘발등의 불’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세계 각국의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한국식 ‘멧돼지 불고기 피자’를 비롯해 일본의 데리야키 소스를 곁들인 쇠고기 피자 등 10개국에서 출품한 각양각색의 퓨전피자가 선보였다. 그런데 메뉴 하나가 조금 이상했다. 호주에서 출품한 피자였는데 레시피에 캥거루 고기와 레드 어니언을 재료로 썼다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호주의 국가 문장(紋章)에도 등장하는 캥거루가 어쩌다 식용 고기로 전락했을까?

그 배경엔 지구온난화라는 비극이 자리한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올 초 호주 사회에서 일고 있는 캥거루 고기 소비 확대 논란에 주목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소와 양 고기 소비를 줄이는 대신 캥거루 고기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찬반이 엇갈린 것. 일부 환경학자는 캥거루가 보기보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데다,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가스를 소의 10분의 1 정도만 발생시키기 때문에 식용 고기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물보호론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소 트림과 방귀를 막아라

이 웃지 못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축산 온실가스가 골칫덩어리로 떠오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 중 하나로 ‘축산업’을 지목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약 40%는 축산업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가축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4)과 분뇨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메탄과 아산화질소(N2O)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축의 방귀나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양도 상당하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우 1마리는 1년간 평균 1434.62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젖소는 3397.68kg, 돼지는 127.79kg, 닭은 2.55kg를 배출하는 셈이다.

즉 한우 1마리는 1가구의 1년치 전기소비량과 맞먹는 온실가스를, 한우 2마리는 소형차 1대가 연간 2만km를 달렸을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방귀와 트림으로 내뿜는다는 얘기다. 소가 다른 가축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독특한 소화구조 때문이다. 위장에 있는 장내 박테리아가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생산한다. 창자가 아니라 4개의 위에서 소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엄청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같은 반추동물인 양과 염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쇠고기 소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 덴마크 등 전통 낙농국가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쇠고기 수출이 늘수록 사육하는 소 숫자가 증가하면서, 역설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무도 커졌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그만큼 돈을 주고 탄소배출권을 사야 할 형편에 직면한 것. 이 때문에 사료의 성분을 바꾸거나 특정 물질을 첨가해 가축의 트림이나 방귀에 메탄가스가 덜 들어가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 미국 버몬트주 15개 농장은 기존에 사료로 쓰던 옥수수 대신 콩과 작물인 알팔파와 아마씨를 소에게 주고 있다. 그 결과 우유 생산량은 이전처럼 유지하면서도 메탄가스 발생량 18%를 줄일 수 있었다. 프랑스의 한 낙농기업도 건강보조식품 성분으로 쓰는 ‘오메가3’ 지방산을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인다. 이 성분이 위에 들어가면 장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시켜 그만큼 메탄 발생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마늘을 섞어 먹이거나 메탄가스가 적게 생기는 청보리를 사료로 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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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철가루 뿌리기 해프닝

덴마크는 아예 제도적으로 축산농가에 일종의 ‘방귀세’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정화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축산농가는 소 1마리당 600크로네(약 1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에도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축산업에서 추진하는 이처럼 우습지만 진지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대부분 과학적 설득력은 있어도 아직은 해프닝으로 끝나거나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은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한때 추진하려던 ‘태양에서 지구 떼어놓기 프로젝트’다. NASA 에임스연구센터 그레그 러플린 박사는 “지구를 지금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하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온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러플린 박사는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를 스쳐지나갈 때 얻은 중력 에너지로 지구의 공전속도를 빠르게 해 태양에서 좀더 떨어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조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설사 궤도를 조정한다 해도 예상치 못한 외부효과로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구를 태양과 멀리 떨어뜨릴 경우 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달의 중력은 지구가 23.5° 기울어져 자전하도록 돕고, 태양에서 오는 열기가 지구 전체에 고르게 퍼지도록 해 지구에 사계절을 만든다.

게다가 지구가 현재의 궤도를 벗어나면 지구에 미치는 달의 중력이 약해지면서 자전축에 변화가 생겨 또 다른 기후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과학적으로 설득력은 있지만 애석하게 실패로 끝난 해프닝도 있다. 독일 과학자들이 추진한 ‘로하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다에 풍부한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뱉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바다에 이들의 먹잇감인 철분을 뿌리면 식물성 플랑크톤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그렇게 되면 광합성으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도 늘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 1월 남미 아르헨티나와 남극 사이 해역에서 진행한 실험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식물성 플랑크톤 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동물성 플랑크톤에게 대부분 잡아먹혀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까닭이다. 대다수 학자는 과학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작은 행동이 오히려 온실가스 증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정공법이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탄소 다이어트’엔 여러 방법이 있다.

에어컨 적정온도 유지하기,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 뽑아두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 상품 쓰지 않기, 3층 이하는 걸어 다니기, 쓰레기 종류별로 분리해서 버리기 등 작은 실천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큰 힘이 된다. 쿠킹호일을 재활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알루미늄 광석 가공에 필요한 에너지의 5%에 그친다는 점만 봐도 생활습관의 변화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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