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식품 이야기] 맛도 영양도 말 그대로 ‘알토란’

2009.11.07 13:47 입력 / 2009.11.07 14:07 수정

잎ㆍ줄기는 나물, 알뿌리는 탕으로
변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낮춰
쌀뜨물에 담갔다 조리하면 좋아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알토란 같다’. 매끈하고 올찬 것에 대한 칭찬이다. 알찬 토란(土卵)은 추석부터 초겨울까지가 제철이다. 생김새가 계란 같아서 토란, 잎이 연잎처럼 퍼졌다 하여 토련(土蓮)이라고도 불린다.

잎은 말려서 나물을 해먹는다. 토란대(줄기)는 말려서 탕에 넣거나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육개장엔 단골로 들어간다. 알뿌리는 가을철 별미인 토란탕을 비롯해 국ㆍ조림ㆍ구이ㆍ죽ㆍ장아찌ㆍ찜ㆍ산적ㆍ튀김 등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수분(83.2%)을 뺀 토란의 주성분은 당질(100g당 13.1g)과 단백질(2.5g)이다. 100g당 열량은 58㎉로 사과ㆍ귤ㆍ감자(66㎉)와 비슷하다. 그러나 고구마(128㎉)보다는 훨씬 낮다. 이 정도의 열량이라면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양 측면을 들여다보면 칼륨 함량이 높다(100g당 365㎎). 칼륨은 혈압 조절을 돕는 미네랄이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약효 성분은 갈락탄ㆍ식이섬유ㆍ멜라토닌이다. 다당류의 일종인 갈락탄은 껍질을 벗겼을 때 전체를 덮고 있는 미끈미끈한 점액성 물질이다.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유익하다는 토란의 약성은 갈락탄과 식이섬유 덕분이다. 멜라토닌은 우유ㆍ호두 등에도 함유된 천연의 수면 물질이다. 밤이 짧아지는 이맘때 토란을 즐긴 것은 우리 조상의 생활의 지혜다.

점액은 통증 완화 효능이 있어 민간 외용약으로도 쓰인다. 어깨 결림ㆍ타박상ㆍ골절ㆍ염좌 등이 있을 때 강판에 간 토란을 밀가루ㆍ식초와 함께 이긴 뒤 아픈 부위에 바르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점액은 자극성이 강해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점액은 또 조미료 등이 토란에 스며드는 것을 방해한다. 토란이 들어가는 음식을 만들 때 먼저 토란에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이거나 소금물로 데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맛과 아린 맛을 함께 지녔다. 단맛은 덱스트린과 설탕의 맛이다. 아린 맛은 주로 껍질에 함유된 수산 칼슘의 맛이다. 수산 칼슘은 체내에 쌓이면 신장결석ㆍ담석을 일으킬 수 있는 ‘요주의’ 성분으로, 토란 껍질은 물론 토란대에도 들어 있다. 다행히도 이 성분은 수용성이어서 토란을 쌀뜨물에 담가두거나 소금ㆍ생강즙을 넣고 약간 삶은 뒤 찬물로 헹구면 대부분 사라진다. 토란죽을 끓일 때 참기름을 두르거나 토란구이할 때 미리 한 달가량 땅에 묻어 두었다가 꺼내는 것은 사찰의 오래된 아린 맛 제거법이다. 또 토란탕에 다시마를 함께 넣고 끓이면 다시마의 알긴산(미끈미끈한 성분, 식이섬유의 일종)이 토란의 아린 맛을 빼주고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수산 칼슘은 침(針)처럼 생겼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토란 껍질을 벗기거나 토란대를 손질하면 손이 따갑고 가려운 것은 이래서다. 토란 껍질은 약간 두껍게 벗기고, 손이 따가우면 비누나 소금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다.

토란은 인도가 원산지인 열대성 채소다. 5도 이하인 냉장고에 보관하면 냉해를 입어 금세 썩는다.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하지만 토란대는 밀봉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먹는 것이 좋다. 토란이 다시마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면 토란대는 들깨가루와 찰떡궁합이다. 요리할 때 들깨가루를 넣으면 맛이 구수해질 뿐 아니라 들깨가루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 혈관 건강에 유익)까지 보충할 수 있다. 토란나물을 무칠 때도 들깨가루를 넣어 볶으면 맛이 한결 나아진다.

토란을 살 때는 흙이 묻어 있고 껍질에 물기가 있으며 껍질을 벗기면 흰색을 띠는 것을 고른다. 눌렀을 때 속이 단단하고 갈라지지 않는 것이 상품이다. 토란대는 표면이 깨끗하되 너무 굵거나 단단한 것은 질이 떨어진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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