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조직폭력배가 있을까?

 조직폭력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이들의 세계를 그린 이른바 「조폭문화」가 남한 대중문화계를 휩쓸고 있는데 따라 북한에도 조직폭력배가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언론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북한에 조직폭력배가 있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에도 어느 정도의 조직폭력배는 존재하고 있다.

 북한사회에 조직폭력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합영법이 발표되고 이에따라 서방의 문물이 조금씩 유입되면서 부터이다.

 이때만 해도 이들 조직의 성격은 비슷한 연령의 청소년들이 모여 술을 마시거나 간혹 패싸움을 하는 정도여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세력다툼을 벌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조직폭력배와는 거리가 있었다.

 또 규모도 기껏해야 10여명 또는 20명선인데다 특별한 범법행위도 별로 없어 큰 사회문제로는 대두되지 않았었다.

 조직폭력배가 사회문제화된 것은 90년대 초반 부터라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다.

 「평양축전」(87년) 등을 거치면서 자본주의 풍조는 더욱 확산된 상태인데 경제는 오히려 나빠지자 돈벌이에 눈을 돌리면서 법이 무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에 등장한 북한 조직폭력배들의 상징적인 구호라는 「(무조건)잘먹고 잘입고 잘살자」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범법행위는 각자의 소속 직장에서 신발등 생필품을 빼내 암시장에 내다 팔아 돈을 챙기는 것이다.

  또 금이나 골동품 밀거래에도 자주 개입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돈이 많이 남는 관계로 조직원 전체가 동원돼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들은 이처럼 번 돈을 전체 조직원이 고급식당에서 음식이나 술을 마시는 등 유흥비로 쓰거나 TV등을 사서 나누어 갖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폭력배들의 활동 방향이 돈벌이쪽으로 바뀜에 따라 조직의 규모도 커졌다.

 탈북자들의 기억에 의한 증언이어서 정확한 통계라고는 할수는 없지만 조직의 규모를 갖춘 것만해도 북한 각지에는 수십개의 조직폭력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양의 「진달래파」는 가장 대표적인 폭력조직인데 구성원만 해도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머지 폭력 조직들도 적게는 20여명, 많게는 50명 정도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조직체계는 대개 「보스-중간보스(행동대장)-조직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구성원 50명의 폭력조직의 경우 중간보스의 수는 10명선, 따라서 1명의 중간보스는 5명의 구성원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북한 치안당국의 조직폭력배에 대한 단속은 매우 엄격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체제와 조직폭력배는 「상극」인데다 폭력조직 구성원들 대부분이 18~20세의 청소년들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청소년계층의 사상문제를 체제의 앞날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에따라 조직폭력배가 적발되면 예외없이 「로동교화형」 등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고 고위인물의 자녀가 폭력조직과 간접적으로 연계만 돼 있어도 해당 고위인물에게는 「철직」 등의 문책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엄격한 처벌에도 불구, 북한사회에서 조직폭력배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외개방정책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자본주의화」를 부르고 그것은 「물질만능주의」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이우영연구위원은 『지금의 북한사회는 20여년전의 중국과 흡사하며 앞으로도 중국식으로 변할것이다. 대외개방 초기인 20여년전에 중국에는 조직폭력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돼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함께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까지 발전했다. 이 점은 북한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크다』고 지적했다. (강원일보, 2001. 7. 16.)